21 July 2025, 양찬혁 cksdurvb@ngetnews.com, 뉴스저널리즘
Review (KO)
물과 빛으로 빚은 공감각적 정원…국립현대미술관 '겐코-안 03062' 전시
8월 10일까지 서울관서…8채널 사운드와 세계 각지의 목소리로 구성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독일 작곡가 겸 연출가인 하이너 괴벨스의 대형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 '겐코-안 03062'를 오는 8월 10일까지 서울관 MMCA다원공간에서 선보인다고 21일 밝혔다.
'겐코-안 03062'는 작가가 1992년 교토 겐코안 사원을 방문하며 받은 영감에서 출발했다. 사원의 둥근 창과 사각형 창을 통해 같은 정원을 바라본 시각적 경험을 청각적이고 공감각적인 체험으로 전환한 작업이다.
이 시리즈는 이후 다양한 도시와 공간에 맞추어 새롭게 제작됐다. 베를린(2008), 다름슈타트(2012), 리옹(2014), 모스크바(2017), 보고타(2019) 등에서 각각의 장소적 특성을 반영한 버전들이 선보였다.
'겐코-안 03062'는 25×20×11㎡ 규모의 MMCA다원공간 전체를 특정적으로 활용한 대형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이다. 관객은 8채널 사운드와 빛, 어둠, 물결, 소리, 진동 등을 위계 없이 공감각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우편번호 '03062'를 제목에 포함한 이번 장소 특정적 작업은 작가가 선사하는 '소리와 목소리의 정원'으로 관객들에게 명상적이면서도 몰입적인 예술 경험을 제공한다.
작품의 출발점은 19세기 미국 초월주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수필집 '월든'이다. 소로가 월든 호수 근처 숲에서 2년간 홀로 생활하며 기록한 자연에 대한 성찰과 관찰을 바탕으로 한 이 텍스트에 영향을 받아, 하이너 괴벨스는 작업을 구성했다.
존 케이지가 소로의 텍스트를 예술적으로 해체한 '빈 단어들'(1974)의 소리와 괴벨스가 음악가인 로버트 루트먼과 협업한 오케스트라 작품 '월든'(1998)이 포함됐다. 여기에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시베리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민족학적 음성 기록들이 더해진다.
또 존 케이지, 극작가 하이너 뮐러,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 퍼포먼스 아티스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 소설가 알랭 로브그리예,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 등 다양한 예술가와 사상가들의 목소리가 음악처럼 겹겹이 쌓여 다성적 구조를 이룬다. 관객들은 언어의 의미보다는 소리 자체의 질감과 리듬을 경험하며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하게 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빛과 어둠, 형태와 리듬, 시와 노래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내는 거장 하이너 괴벨스의 몰입적인 작업을 통해 관람객들이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출처 : 뉴스저널리즘(https://www.ngetnews.com)
on: Genko An - 03062 Seoul (Installation)